공간정보/측량

GPS 의무화 - 범죄방지에 도움 안된다

하늘이푸른오늘 2008. 3. 27. 13:45
계속되고 있는 부녀자 납치사건에 대응하기 위하여 경찰청에서 최근 3년간 발생된 실종사건을 전면 재수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고,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관련기사 : 매일경제, 서울신문)

대표적인 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어린이들의 신상정보가 내장된 전자 태그를 가방에 부착
  2. 전국의 놀이터와 공원에 CCTV를 추가 설치
  3. 성폭력 범죄 등으로 실형이 확정된 수형자 등의 유전자감식정보 데이터베이스화
  4. 위성항법장치(GPS)를 모든 전화기에 장착토록 의무화하는 방안
이에 대해 한국일보에서는 "범죄자의 신속한 검거와 범죄 예방이라는 순기능보다는 공권력에 의한 부당한 사생활 감시와 인권침해 우려로 참여정부 시절 무산됐던 것들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뭐... 모든 방안들이 나름대로 찬반이 있겠지만, 저는 핸드폰에 GPS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방안이 실질적으로 범죄방지 또는 범죄자의 검거에 도움이 되겠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먼저 범죄를 예방하거나, 범인을 조기에 검거 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두가지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 어떤 사람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항상 체크하는 방안입니다. 즉, 평소의 행동반경에서 벗어나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면, 혹은 어느 곳에 멈춰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면 뭔가 이상한 일이 발생했다고 예측을 할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이것은 GPS가 별로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현재 GPS는 전원을 매우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이렇게 항상 추적을 하다가는 막상 필요할 때 통화도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뭐... 전원을 1/100만 소모하는 GPS 칩이 사용된다면 혹시 모르지만요.

물론 추적을 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기분이 나쁘다거나, 프라이버시 침해로 이어질 수 있고, 이러한 정보가 나쁜 목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 문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정도 목적이라면, 구지 GPS를 사용할 필요도 없습니다. 현재도 기지국의 위치등을 통해서 대략적인 위치는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 딸이 항상 다니는 곳, 집, 학교나 학원등이 위치한 동네를 설정해 두고 이를 벗어나면 부모의 핸드폰에 문자메시지가 뜨게 하는 방법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 이런 정보가 계속 전달될 수 있다면... 제가 해리포터에 나온 위즐리 가족 시계같은 서비스도 실용화될 수 있겠네요.


두번째,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비상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자신의 위치가 정해진 사람에게 전달되는 방식입니다. 갑작스럽게 범죄가 발생하면 전화를 걸 틈도 없을 수 있는데 이를테면 휴대폰 뚜껑을 열지 않은채로 특정한 키를 길게 누르면 비상호출이 되게 할 수 있겠죠. 그 다음부터는 그 핸드폰의 위치가 일정 간격으로 전송되게 만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방법은 꽤 쓸만할 것 같이 보입니다. 하지만, GPS 핸드폰이 의무화되었다고 하면 범죄자들도 당연히 그 사실을 알테고, 따라서 납치를 하겠다고 할 경우, 바로 핸드폰을 빼앗아 다른 곳에 버리게 될 겁니다. 아니면 전원을 끄거나 바테리를 뽑아버릴테구요.

어쩄든 이 방법은 어디에서 뭔가 이상이 발생했다는 것을 나중에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일 뿐, 결국 예방이나 검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예전에 써둔 GPS가 범죄방지에 도움이 되나? 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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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GPS 사용이 의무화된다면, 지도 관련 산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산업적인 효과는 상당하리가고 생각됩니다. 위치를 기반으로한 광고라든지 위치기반 게임 등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거든요. 아래 그림은 콘셉트에 불과하지만, 전자종이와 결합된 핸드폰의 출현을 앞당기는 효과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하지만, 국내 휴대전화 3000만대 모두에 GPS 모듈을 달기 위해서는 6000억∼3조원의 추가비용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범죄 예방에는 실질적인 도움이 안되는데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하는지는 의문스럽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GPS가 달려있는 핸드폰은 약 20% 정도라고 합니다. 더 많이 확산되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GPS 핸드폰을 사용해서 실질적으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지금 GPS 핸드폰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아주 가끔 지도를 확인하는 용도외에는 GPS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있고, 다음에 핸드폰을 교체할 때 GPS가 달려있는 핸드폰을 꼭 사야할 이유가 있을까 싶을 정도거든요.

GPS 핸드폰을 이용한 서비스가 많이 등장하기만 하면 아마도 의무화하지 않아도 엄청나게 많이 확산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무선통신요금이 현실화되어야겠죠. GPS로 위치정보만 송수신하는 것은 데이터량이 별로 많지 않지만, 결국 그래픽 정보와 연계되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데이터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까딱 잘못하면 몇십만원씩 청구되는 현재의 무선데이터 통신 요금체계로는 위치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민,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