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출장 다녀왔습니다. 토요일 출발해서 토요일날 도착하는 6박 8일 일정이었습니다. FOSS4G(Free and Open Source Software for GIS) 라는 컨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시간 날떄 마다 짬짬히, 여러군데 구경 많이 했습니다. 특히 바르셀로나는 가우디의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세기에 태어난 천재적인 건축가가 이 도시를 먹여 살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가우디가 남긴 건축물은 아직도 미완성인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대성당 외에 10개 정도 되는 걸로 압니다만, 하나하나가 너무나 멋졌고, 엄창나게 많은 사람들이 몰렸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시간이 나는대로 올리도록하겠고... 오늘은 소매치기 당한 이야기만... 간단히 적겠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부터 스페인에는 소매치기가 많으니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 시간상 밤 12시쯤 도착해서 잠깐 시내를 걸어본 느낌으로는 그다지 위험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기는 관광지라서 오히려 안전한가보다... 하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좀 더 조심을 했어야 하는데 무방비로 다녔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목요일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참석하신 분들이 꽤 많았습니다. 그래서 컨퍼런스가 끝나면 함께 식사하러 나가곤 했었죠. 그날도 식사를 마치고 맥주나 한잔 더하자고 술집 찾으러 들어갈 때였습니다. 어떤 녀석이 손에 명함같은 걸 들고 "삐끼"처럼 다가 왔습니다. 싫다고 하는데도 계속 따라붙었고, 코리아 최고 어쩌구저쩌구하면서 어깨동무를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별 반응이 없자 그냥 떨어져 나갔습니다.
근데 옆에 있던 친구가 뭐 없어진 게 없느냐고 그러더군요.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겁니다. 앗... 가방 어깨에 걸어둔 GPS가 없더군요. 그래서 되돌아서 그녀석 간 곳으로 가봤지만, 보이지 않고, 여러명이 둘레둘레 거리고 있으니 거기 있던 사람들이 지갑 잊어버린게 아니냐고 하더군요. 그때서야 지갑이 없어진 걸 알았습니다. 바지 앞주머니였는데 정신없게 만들어 놓고 빼간 거죠.
그 사람들이 가보라는 곳을 가봤더니... 지갑이 있었습니다. 돈을 빼내고는 공사장 너머로 던져버렸더군요. 그나마 신용카드가 남아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나중에 가방속에서 GPS는 찾았습니다. 다행이죠.) 그나마 그거 찾은 게 다행이다... 싶고, 경찰서에 신고할까 고민했지만, 여행자 보험도 안들어준 여행사 덕분에 신고할 필요도 별로 느끼지 못하고 동행자들 기분 망가질 것 같아 그냥 가기로 하고 신고도 안했습니다.
머.... 그러고 났더니 누군는 이틀만에 가방뜯겼다는 둥, 카메라를 놓아두었더니 그냥 가지고 가더라는 둥... 이야기들을 하더군요. 말 그대로 눈뜨고 코베어가는 동네였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조금만 더 조심했더라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을건데... 싶습니다. 그러나... 전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이는 도시의 치안이 이정도라니... 거기다가 제가 지갑을 털린 곳은 아주 사람이 많은 곳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제 겨우 며칠 지났다고... 가족들과 다시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뭘까요? 제 형편없는 기억력 때문일까요? 가우디 작품이 너무 멋져서일까요? 아마도 후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음에 가게 되면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려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내부도 샅샅히 돌아봐야겠다 싶어요~
민,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