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정보/전자지도

지도를 베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늘이푸른오늘 2008. 1. 10. 17:16
AllPoints Blog를 통해 싱가포르의 국가지도제작기관인 싱가포르 토지국 (SLA : Singapore Land Authority)에서 지도를 불법적으로 사용하였다는 혐의로 Virtual Map을 고소하였고, 1차심리에서 SLA가 승리하였으며, 이에 Virtual Map에서는 변호사를 통하여 불법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원래의 기사를 보시려면 Channel News Asia를 보시면 됩니다.

Virtal Map에서는 자신들은 지도를 제작할 때 SLA의 종이지도를 참고하였지만, 자체적으로 GPS를 사용하여 제작하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SLA변호사는 SLA의 지도가 없었다면 애초에 지도제작이 불가능하였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Virtual Map에서 보유한 지도에 유령지형지물(Phantom Feature)가 나와 있다는 점을 들어 불법적으로 사용한 것이 틀림없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서 유령 지형지물이란, 지도를 최초에 제작하는 기관에서 실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건물이나 도로 등을 무작위로 삽입시켜 둔 것을 말합니다. 불법으로 사용하는 업체는 실재 존재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지형지물도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게 되고, 이를 근거로 불법 사용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국토지리정보원에서는 이러한 유령 지형지물을 국가 기본도에 입력하는 예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쇄지도를 제작하는 업체 혹은 전자지도를 제작하는 업체중에서 지도 갱신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선도기업로서는, 후발업체들이 자신들의 지도를 베낄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에, 이런 유령 지형지물을 삽입해 두는 것으로 들었습니다.

그럼 Virtual Map에서 이런 유령 지형지물이 입력되어 있는 것에 대해 변호사는 무엇때문이라고 대답했을 것 같습니까? 사람의 실수(Human Error)라고 했답니다. 실수로 똑 같은 걸 입력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리 심리를 거듭해 봤자 Virtual Map측의 패소가 눈에 선하네요.

참고로, 90년대 말에 우리나라에서 이와 비슷한 일로 고소고발이 이루어졌으나, 원고가 패소한 일이 있습니다. 그때 근거가 저작권법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데이터 그 자체는 저작권법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패소할 수 밖에 없었죠. 하지만, 2002년 이후 저작권법이 개정되어 "데이터베이스 제작자의 권리"가 인정되기 때문에 동일한 소송이 이루어진다면 원고가 승소할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민,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