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커피 로스팅 단계

하늘이푸른오늘 2013. 8. 6. 17:43

요즘 커피로스팅에 재미를 붙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문적인 것은 아닙니다. 그저 우리 마눌님이랑 매주 주말 250 그램씩 두번 로스팅하는 정도입니다. 


전문적인 로스팅 기계를 사용한다면 적당히 몇가지 세팅만하면 만족할 만한 원두가 만들어질 겁니다. 커피가 구워진 정도는 기본적으로 색으로 판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특정 온도에 도달하면 거의 동일한 색을 띄게 됩니다. 따라서 온도와 색을 측정할 수 있으면 보다 정확하게 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사용하는 것은 자작 커피로스터라서 여러가지 한계가 많습니다.  커피를 굽는 과정에서 커피콩의 색을 파악하기도 힘들고, 온도도 측정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커피콩이 터지는 소리와 굽는 시간, 냄새만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그런데 커피콩을 굽는 시간은 여러가지 요인에 의해 달라집니다. 콩의 양을 많게 하면 느리게 구워질테고, 주변 온도나 습도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커피콩의 크기나 수분함유율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도 제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시간뿐이 없습니다. 


그래서... 궁리한 끝에 일단 처음으로 커피콩이 터지는 순간을 기준으로 시간을 측정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주변환경이나 커피콩의 상태가 다르다고 해도 일단 온도가 올라가서 1차크랙이 일어나면, 그 이후로는 주변상태나 커피콩의 상태의 영향이 크지 않으리라고 가정하고 출발하는 것입니다.


즉, 1차 크랙에서 2차 크랙에 도달하기까지의 시간을 측정하고, 이 시간을 기준으로 언제쯤 불을 끌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커피를 자주 볶는 편이 아니라서 아직도 계속 해 봐야 합니다만, 일단은 이 정도가 최선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니, 1차크랙, 2차크랙은 몇도쯤에서 일어나며, 그 순간의 커피상태는 어떠한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이걸 알면 어느 순간을 기준으로 불을 꺼야할 지 좀더 머리에 쉽게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서 커피로스팅에 관한 책을 몇권 샀습니다.



물론 모든 책에 나름대로의 설명이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원하는 내용이 깔끔하게 정리된 것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책들이 자기가 구워봤더니 이렇더라... 하는 경험담이든지, 아니면 자기가 만든 기계로 이렇게 설정하면 이렇게 나온다... 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면 제가 원하는 사항은... 예를 들면 100도까지 온도상승중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몇도쯤에 1차크랙이 발생한다... 180도쯤에는 커피콩이 어떤 색이고, 그때 불을 끄게 되면 커피콩의 상태가 어떠하기 때문에 어떠한 맛이 난다.... 이런 내용들이었습니다. 통돌이 로스터 하나 있으면서 너무 많은 것을 알려고 한다고 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좀더 정확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동식 로스터가 있으면 단추 한번 누르면 해결될 걸 몸으로 해결해야 하니까요. ㅠㅠ


어쨌든... 책에서는 내가 원하는 답을 전혀찾을 수 없어서 구글신에게 검색해봤습니다. "1st crack 2nd crack, temperature"로요. 아래는 검색결과 맨 위에 나온 글입니다. 딱 내가 찾던 글이었습니다. 로스팅 시간과 온도, 그리고 색의 변화를 적절하게 설명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글(Using Sight to Determine Degree of Roast)을 번역해 봤습니다. 다만, 제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빠진 것도 있고, 오역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본문중에도 나오지만, 여기 적혀진 게 절대적인 게 아니므로, 참고용으로만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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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은 로스팅 정도를 판별할 수 있는 많은 방법중의 하나일 뿐이다. 색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소리(1차 크랙과 2차 크랙)와 로스팅 과정에서의 냄새를 보완하면 아주 유용하다. 아래는 로스팅과정에서 발생하는 색의 변화를 보여주는 유투브 비디오이다.



 

로스팅 정도, 온도, 설명


이 커피들은 내가 보유한 Probat 12kg 을 사용하여 로스팅하였음. 시간은 무시할 것. 온도를 대략적인 기준으로 삼아야 함.

가장 중요한 것은 로스팅 정도에 따라 형태, 색상, 크기 및 표면 온도 등이 어떻게 변화하는 파악하는 것임.

로스팅은 법칙을 따르기보다 예외가 더 많이 발생함. 원두의 색과 분쇄한 커피의 색에 대해서는 여기를 참고할 것.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음)


참고: 위 그림은 아래에 있는 원두들과 동일하지 않음. 사진 양쪽에 있는 회색선은 18% 중성회색 카드임

1. 생두 0:00 - 24도


중앙아메리카산 습식 커피, 어쩌다보니 여러가지를 사용해 로스팅하여 여기에 들어있는 커피들의 크기와 형태가 다름.


클릭하면 큰 그림. 여기를 누르면 생두 여러개가 모여있는 사진이 있음

2. 색이 흐려짐 4:00 - 132도


직화식로스터(Drum roaster)를 사용하면 커피에 열을 전달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처음 몇분간은 시간이 달라질 수 있음. 

열풍식로스터(air roaster)는 빠르게 흐르는 공기를 사용하여 열효율이 좋으므로 이단계까지 빨리 올라옴. 2분 이내에 이 단계로 올라올 수도 있음. 


클릭하면 큰 그림. 여기를 누르면 여러개가 모여있는 사진이 있음

3. 노란색 초기 6:00 - 164도


아직까지 물리적 팽창은 없음. 젖은 건초냄새. 1차 크랙까지의 가열단계는 흡열반응의 일부임. 1차크랙으로 방열됨. 


클릭하면 큰 그림. 여기를 누르면 여러개가 모여있는 사진이 있음

4. 짙은 노란색 단계 6:30 - 174도


갈색을 띄기 시작하며, 마블링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함. 팽창은 없음. 토스트 향이 약간 느껴지며, 커피에서 약간 습한 공기가 나오는 듯. 코스타리카 및 멕시코 커피와 같이 훨씬 더 밝고 노란색을 띄는 콩도 있음. 


클릭하면 큰 그림. 여기를 누르면 여러개가 모여있는 사진이 있음

5. 밝은 갈색 단계 8:00 - 188도


1차크랙이 가까와지는 단계. 일부 콩은 센터컷이 약간 벌어지므로 팽창된 것을 확인할 수 있음. 약간의 실버시킨(채프)가 떨어져 나옴.

 


클릭하면 큰 그림. 여기를 누르면 여러개가 모여있는 사진이 있음

6. 갈색 단계 9:00 - 200도


1차 크랙 직전. 커피가 상당히 갈색으로 변한 상태. 일부는 당분의 갈화반응 때문이지만, 대부분은 메일라드 반응(Mailard Reaction)이라는 또다른 갈화반응 때문임) 


클릭하면 큰 그림. 여기를 누르면 여러개가 모여있는 사진이 있음

7. 1차 크랙 발생 9:20 - 205도


최초의 1차크랙 소리가 들림. 팝콘 튀기는 소리와 유사함 (2차크랙에서는 자작거리는 소리) 1차크랙이 발생할 때 원두 내부의 온도는 약 180도 정도임

 


클릭하면 큰 그림. 여기를 누르면 여러개가 모여있는 사진이 있음

8. 1차크랙 진행중 10:00 - 213도


1차크랙이 진행되므로 커피형태가 얼룩덜룩하고 색도 고르지 않음. 크기가 팽창하고 크랙이 눈에 보일 정도임. 채프의 양은 그다지 많지 않음

1차크랙은 발열반응으로 열을 배출함. 그러나 즉시 흡열반응으로 바뀜. 즉. 충분한 열을 가하지 않으면 로스팅이 지체되어 별로 좋지 않음. 카라멜화가 시작되면(원두 내부온도가 약 170-200도) 다단계 중합반응이 방해받아서 "빵이 구어진(baked)" 듯한 맛이 나게 됨. 자당(sucrose)의 녹는점은 188도로서, 카라멜화가 시작될 때의 온도범위와 일치함.


클릭하면 큰 그림. 여기를 누르면 여러개가 모여있는 사진이 있음

9. 1차 크랙 종료10:40 - 220도


이때쯤이 시티 로스트 단계. 1차 크랙은 종료되고 로스팅이 정지됨.

참고로 팽창 결과 콩의 표면이 약간 부드러우나, 아직도 고운 에칭 패턴의 검은 표시가 있음. 콩의 가장자리는 아직 상당히 딱딱함. 이때부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시작.


클릭하면 큰 그림. 여기를 누르면 여러개가 모여있는 사진이 있음

10. 시티플러스 로스트 11:05 225도


시티플러스란 1차크랙은 완료되었지만, 아직까지 콩 표면이 고른색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한 상태.

9번그림과 10번그림은 차이점이 별로 없음. 다만 콩의 가장자리가 약간 부드러워진 정도. 1차크랙과 2차크랙 사이 단계는 매우 짧지만(15초에서 20초) 콩 내부는 화학적으로 매우 다양한 변화가 일어남. 커피에 열을 더가하면 콩의 구조, 즉 셀룰로스질 세포벽이 부서지기 시작함. 이것이 2차 크랙임 


클릭하면 큰 그림. 여기를 누르면 여러개가 모여있는 사진이 있음. 여기에는 원두와 분쇄커피사진이 있고, 여기에는 시티플러스로 로스팅한 원두의 확대사진이 있음.

11. 풀시티 로스트 11:30 - 230도
2차 크랙 직전


이 그림은 풀시티 단계로 2차크랙 직전임. 로스팅 초보자는 판별하기 힘듦. 약간 경험이 쌓여야 느낌이 옴. 원두 표면에 약간의 광택이 나며 가장자리는 훨씬 부드러워졌음.

2차크랙이 일어나는 원두내부온도는 약 230도. 하지만 내 경험으론 2차 크랙은 1차크랙에 비해 예측하기 힘듦. 1차크랙은 수증기와 이산화탄소에 의한 물리적 팽창으로 인하지만, 2차크랙은 커피콩의 세포막구조의 파괴로 발생하기 때문. 세포막구조는 열에 잘 반응하는 셀룰로스와 그렇지 않은 셀룰로스가 함께 존재함. 모든 커피콩은 품종, 재배지, 고도등에 따라 크기와 밀도가 다르므로, 세포구조 또한 다름.


클릭하면 큰 그림. 여기를 누르면 여러개가 모여있는 사진이 있음. 여기에는 원두와 분쇄커피사진이 있고, 여기에는 풀시티로 로스팅한 원두의 확대사진이 있음.

12. 풀시티플러스11:50 - 235도
2차크랙 소리가 처음으로 들림


풀시티가 좀더 검어진 상태가 플시티플러스로서, 거의 2차크랙에 진입한 상태. 약간 자작거리는 소리가 들리면 로스팅을 정지함. 2차크랙은 냉각단계에도 계속될 수 있음. 이를 "코스팅(coasting)"이라고 함. 효율적이고 빠르게 냉각시킬 수록 원하는 단계에서 로스팅을 정지키실 수 있음.

풀시티사진의 원본과 이 원본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잘 보일 것이라고 생각됨. 구분하기 힘들수도 있지만, 풀시티플러스는 약간 더 둥글고 평평한 면쪽에  작은 크랙이 보임. 


클릭하면 큰 그림. 여기를 누르면 여러개가 모여있는 사진이 있음. 여기에는 풀시티플러스로 로스팅한 원두의 확대사진이 있음.

13. 비엔나-약프렌치 12:15 - 240도

2차크랙 진행중
(나의 에스프레소로스트중 가장 진한 상태)

비엔나(Vienna) 단계 (콘티넨탈Continental이라고도 함) 또는 약 프렌치 단계는 로스팅으로 인해 생두의 특성이 거의 사라진 단계임. 진하게 로스팅한 커피는 맛이 비슷한 경향이 있음. 생두에 의한 차이가 탄화된 향에 의해 가려지기 때문. 그렇지만 일부커피는 이 단계에서 매우 좋음(Puro Scuro 블렌드)


참고로 에스프레소는 로스트 정도를 나타내는 말이 아님. 그러나 북부이탈리아 스타일 에스프레소는 콩내부온도가 225-230에서 로스팅함. 남부이탈리아(Scura)는 일반적으로 약프렌치 혹은 좀더 어우운 정도로 로스팅함. 


클릭하면 큰 그림. 여기를 누르면 여러개가 모여있는 사진이 있음. 여기에는 원두와 분쇄커피사진이 있고, 여기에는 풀시티로 로스팅한 원두의 확대사진이 있음.

14. 풀프렌치 로스트12:40 - 245도
2차크랙이 매우 빠름. 거의 끝


당분이 강하게 카라멜화(타버림)되어 품질이 나빠짐. 원두의 세포구조가 탄화되고 크기는 커지며 질량이 줄어듦. 두께가 얇아지고 가벼워짐. 아로마성분, 지방, 수용성 산등이 연소되어 연기가 가득참. 개인적으로는 245도 이상으로 로스팅한 적이 없음. 240도까지는 몇번 해봤으나, 여기까지가 한계임. 


클릭하면 큰 그림. 여기를 누르면 여러개가 모여있는 사진이 있음. 

15. 풀카본화 13:00 - 252도
이탈리안/스패시니 로스트라고도 하지만, 모욕적인 표현임.


이 단계에선 커피중 25% 이상이 재임. 탄화된, 죽은 숯. 


클릭하면 큰 그림. 여기를 누르면 여러개가 모여있는 사진이 있음.

16. 발화 직전 ... 13:30 - 260도


불이 붙기 직전. 커피를 꺼내놓으면 일부 불이 붙기도 함. 완전히 탄화된 상태로 커피콩으로 이름을 쓸 수 있을 정도.  


클릭하면 큰 그림. 여기를 누르면 여러개가 모여있는 사진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