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부터 북한에서 GPS 교란전파를 쏘고 있고, 이로인해 약 200 여대의 항공기 들이 GPS 교란의 영향을 받았다는 등 다양한 뉴스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2012년 5월2일자 SBS 뉴스에 따르면 "아침 6시에서 밤 11시까지 집중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전파교란은 오늘(2일)까지 벌써 닷새째 계속돼 280여 대의 민간 항공기가 피해"를 보았다고 합니다.
다만, 국토해양부 관계자에 따르면 "항공기는 전파의 영향을 받지 않는 관성항법장비로 주로 운항하고 GPS는 보조장치여서 운항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북한의 GPS 교란으로 인해 제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지오캐싱(Geocaching)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2002년 4월 30일 경 관악산에 올라 지오캐싱을 하던 hkbaik 님에 따르면, 가끔씩 휴대용 GPS에 위성이 하나도 잡히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산꼭대기라서 GPS 신호가 차단될 이유가 없는데 왜 그럴까 하고 의아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GPS 교란이었다는 겁니다.
이러한 GPS 교란의 궁극적인 목적은 남북한 대치상태에서 실질적으로 낙후된 군사력을 극복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여 국방 현대화를 이룩하였으나, 북한은 아직도 거의 재래식 무기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현대식 무기의 대부분은 GPS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GPS를 이용하여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적의 위치를 자동으로 찾아가는 방식이죠. GPS 신호를 교란하기만 하면, 많은 현대식 무기들을 고철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원래 GPS는 교란되기 쉽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GPS 신호가 20,000km 상공에 있는 위성으로부터 발사되기 때문에 지상에 도달할 때면 신호가 매우 약하기 때문에 교란이 쉽습니다. 비유하자면 GPS 신호는 별빛정도인데, GPS 교란신호는 서치라이트라는 것입니다. 2003년 이라크전쟁 당시 바그다드 근처에서 러시아 회사가 제작한 GPS 전파방해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는 사실이 포착되자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항의전화를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2005년 신동아 기사 참조) "키리졸브 훈련의 한국군과 미군의 통신장비를 교란하려는 목적"이라는 작년 3월 동아일보 기사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GPS는 군사용으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 일반인들도 GPS가 없으면 살수 없는 세상이 되었죠.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이 내비게이션입니다. 만약 GPS 재머(jammer)를 사용한다면, 나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길찾기, 길 안내와 같은 모든 기능이 쓸모 없어지게 될 것입니다. 내비게이션이 못쓰게 되면 많이 불편할 것입니다. 많은 "김여사" 분들은 길을 찾지 못해 허둥거릴테고, 여기저기 사고를 일으킬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GPS는 벌써 오래전부터 휴대전화나 금융전산망과 같은 통신분야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기능을 하지 못하면 매우 큰 혼란을 초래할 것입니다.
휴대전화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요즘에는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GPS가 달려나오긴 하지만, GPS가 없는 일반 피처폰도 GPS가 작동이 안되면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휴대전화 통신을 위해서는 단말기과 기지국간의 동기화가 필요합니다. 서로 혼신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이 동기화를 위해서는 정확한 시간이 필수적이며, 바로 GPS가 이 정확한 시간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휴대전화로 119 구조전화를 걸었는데 마침 GPS 신호가 교란된 상태라면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엊그제(2012년 5월 10일) "군 납품을 위한 시험비행차 인천 송도의 공터를 이륙한 무인 헬기가 30분쯤 뒤 15m 상공에서 갑자기 추락해 지상에서 조종하던 차량의 조수석 뒤쪽을 덮쳐, 오스트리아인 기술자 1명이 숨지고, 한국인 직원 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SBS 뉴스 참고. 아래는 이번에 사고를 낸 Camcopter S-100이라는 기종입니다. 무게가 150 kg 정도로 실시간을 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데, 대당 가격이 10억 정도 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사고의 원인이 GPS 교란일 수도 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경인일보) 무인 헬기는 통신이 두절되면 사전에 지정된 장소로 복귀하도록 설계돼어 있는데, 조종사가 조종기에 있는 '귀항 버튼'을 눌렀고, 몇 분 후에 무인헬기가 조종 차량 쪽으로 추락한 것이라고 합니다. 만약 제로포인트로 복귀하던 중 GPS 신호가 교란되었다고 가정한다면 방향을 잃고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GPS 교란으로 인한 최초의 인명피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실 유인항공기의 경우, GPS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사람이 최종적으로 판단을 하기 때문에 GPS 교란으로 인한 사고는 발생하기 힘듧니다. 하지만, 무인항공기의 경우엔 시스템 설계시 GPS 교란을 대비하지 않았다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물론 이 사고의 경우 아직 원인이 정확히 밝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단정하기 힘들지만, 무인항공기를 이용한 여러가지 사업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의 경우,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민,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