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토교통부에서 발주한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사업과 관련해서 세번째 우즈베키스탄을 다녀왔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위험국가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거의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끼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그 나라에서는 마스크를 끼는 비율이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그나마 처음 갔을 때는 한 30%정도 끼고 다니는 것 같더니, 이번에는 10%도 안되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하루에 1천명정도 감염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철저한 추적조사를 하지 않기 떄문에 훨씬 많은 사람이 감염되었을 거라고 추정하는데, 우리 일행이 만난 공무원들도 마스크를 전혀 끼지 않았습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몇명 끼고 있었는데, 이번엔 정말 아무도 안끼더군요)
첫번째 출장은 6월로 총 14일간의 일정이었습니다. 그때 국토부 담당자께서 우리 일행이 귀국했을 때 자가격리하지 않도록 해주겠다하여 서류를 제출했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는 바람에 승인을 받지 못했고, 그래서 꼼짝없이 14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습니다.
그때는 델타변이가 문제가 될 때 즈음이라 출장가기 직전에 잔여백신으로 미리 백신을 한 번 맞고 출국을 했습니다. 한번이라도 맞아둬야 혹시 감염이 되었을 경우에도 증상이 완화된다고 알고 있었기 떄문입니다.
해외를 다녀오려면 출발전에 PCR 검사를 받고 영문 음성확인서를 받아야 비행기 탑승이 가능하고, 해외에서 귀국하기 전에도 PCR 음성확인서를 받아야 합니다. 공항에서 나와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고, 방역 택시를 타고 이동해서 보건소에 들러 PCR 검사를 받고 집으로 가서 자가격리를 해야 하고요, 자가격리가 끝나기 하루전에 최종적으로 다시 PCR 검사를 받아야 하고요. 따라서 총 4번에 걸쳐 PCR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 물론 항상 음성만 나왔습니다.
두번째 출장은 9월말이었습니다. 백신을 두번 다 맞은 상태였지만, 그때는 상황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가격리 면제신청 자체를 하지 않았고, 총 10일간의 출장후 14일간 자가격리하였죠. 물론 PCR 검사는 역시 4번 받아야 했구요.
이번 세번쨰 출장은 11월 중순에 출발해 오늘 아침에 도착한 일주일간의 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어가 방역조치가 완화되면서 다시 자가격리면제 신청을 헀고, 이번에는 신청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아래가 격리면제서입니다. 귀국하기 2-3일 전 우즈베키스탄 대사 명의로 자가격리면제서를 받아서 편한 마음으로 비행기를 탈 수 있었죠. 비행기를 내리자마자 전철을 타고 집에 가야겠다... 계속 방역택시만 탔으니, 이번에는 대중교통으로 귀가해야지 하고 다짐했었습니다.
입국 심사 동안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냥 내라는 서류 주니까 여권에 스티커를 붙여줬고, 그래서 안내하는 대로 따라서 전철을 타러 갔습니다. 그리고 열차가 도착한다고 삐리리거릴 때 모르는 번호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게 악몽의 시작이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위험국가라서 바로 귀가를 할 수 없고, 임시격리시설에서 PCR 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온 뒤 방역이 되는 교통수단으로 귀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열린 전철문을 뒤로 하고 길을 되짚어 출국 게이트로 가서... 함께 출장을 간 일행들이 억류?? 되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10여분이 지나고 나서 버스를 타고 임시격리시설로 이동했습니다. 신세계 백화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소테츠호텔즈더스프라지르 서울명동이었죠. 크기는 비즈니스 호텔 수준으로 아기자기 하지만 싱글침대 두개랑 화장실이 있는 정도였습니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어, 아마도 코로나 사태전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짭짤하게 영업을 했을 듯 싶은 호텔이었습니다. (현재는 완전히 격리전용으로 사용되는지 휴업중으로 나옵니다.)
도착하니 정말 갑갑해 보이는 방역복을 입고 있는 방역요원이 간단히 안내를 하고, 각자 방을 하나씩 배정받았습니다. 절대로 밖으로 나와서는 안된다는 다짐을 받았고요. 처음에는 당일로 검사 결과가 나와서 그날 저녁 귀가할 수 있다고 해서 짐도 안풀었는데, 검사 결과가 늦게 나와서 다음날 8:30에 방역택시를 타고 귀가하라더군요... 뭐... 그래도 그 정도는 참을만 했습니다. 빨리 집에 가고 싶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심정이었죠.
그런데... 잠시 후, 제가 사는 구청 담당자가 연락이 오더니 우즈베키스탄은 11월 자가격리 면제가 안된다고 집에 돌아가서 다시 격리를 해야 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래가 내세운 근거였습니다. 국가 사업때문에 출국했고, 국토부/외교부로부터 격리면제서를 받았다고 해도 막무가내였습니다. 이탈을 하면 고발을 하겠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열좀 받았습니다. 국토부/외교부가 서류를 잘못 발급한 건가, 공항 검역 요원들이 처리를 잘못한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거든요. 차라리 자가격리 면제가 안된다고 했다면 공항에서 방역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지, 왜 임시 격리시설까지 와서 고문을 당하겠냐고 항의해도 마찬가지였죠.
그래서 먼저 여기 격리시설 상황실에 전화를 했습니다. 자기네는 모른다고 하더군요. 당연하겠죠. 그래서 알려준 1339 질병관리청으로 전화를 했습니다. 상담원이 몇가지를 물어보더니, 자기는 잘 모른다고 알아보고 전화를 준다고 했습니다. 얼마후 온 소식은 자가격리 면제 불가랍니다. 물론 근거는 위에 있는 사이트와 동일하고요. (제가 그때는 열받은 상태라 기억을 못했는데, 공항 방역도 질병관리청 소관일텐데, 왜 현장과 다르게 처리하느냐고 물어봐야 했네요.) 좀더 더 자세히... 이 말이 안되는 상황을 설명하면 다시 알아보겠다고 하는데, 잠시후에는 불가. 그래서 높은 분 연결해 달라고 했더니 결국 불가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하고 함께 출장을 가서 함께 격리되어 있던 (물론 얼굴은 못보는) 동료들에게 연락을 해보니, 모두 해당 구청으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다 격리 면제로 처리되었다고 하더군요. 참...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우리동네 구청에 연락을 했습니다. 자세히 설명하니 보건소에 알아보겠다고 하더니 잠시후 자가격리 면제라고 다만 사람이 많은 곳으로는 되도록 가지 말라고 하더군요. 헐... 처음에 저에게 전화를 했던 그 구청 공무원 덕분에 거의 한시간을 혼자 열받아했던 거였습니다.
제가 도움을 받은 동료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넋두리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내일 아침이 아니라 오늘 밤에 나간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상황실에 연락을 해봤죠. 그랬더니... 검사결과는 11시쯤 나온다고 하고 12시에는 나갈 수 있다고 해서 당연히 방역택시 예약을 변경했습니다.
ㅎㅎㅎㅎ 그래서 이제 몇시간 후면 집에 갈 수 있습니다. 날라갈 것 같애요. 그런데... 처음 저에게 연락을 했던 구청 공무원과 질병관리청 담당 팀장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혹시 이 글 읽으시면 댓글로 의견 부탁드립니다.
민,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