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얼마 전 지오캐싱에 대해서 간략하게 작성한 글이 출판되어 나왔습니다.
아우라지 라는 전교조 산하 전국지리교사모임에서 제작한 잡지입니다. 2015년 가을호의 내용은 여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크게 아래와 같이 4개의 주제로 구성되었는데, 제 글은 두 번째에 속해 있습니다.
- 옛 지도를 즐김
- 여가 속에서 지도를 즐김
- 커뮤니티 속에서 지도를 즐김
- 지도를 만드는 즐거움
참고로 지오캐싱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www.geocaching.co.kr을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래는 기사를 촬영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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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으로 출장을 간 M씨. 도착한 바로 다음날 아침,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지오캐시를 찾아 나선다. 출장을 준비할 때 미리 알아두었던 지오캐시이다. GPS에 전원을 넣고 스마트폰을 꺼내 지오캐싱 앱을 실행시킨다. 찾는 지오캐시는 GC45W6B(N 52° 31.938 E 013° 12.587). 외진 곳인데도 호감점수 80점이나 되는 걸 보니 아주 좋은 캐시인 것 같다. 크기는 마이크로. 필름통 크기이니까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GPS 좌표를 따라가 본다. 좌표는 지하철로 가는 길가 쪽으로 떨어진다. 둘레가 큰 나무 두 그루 뿐이라 숨길 곳이 마땅치 않다. 나무라면 대부분 그루터기 쪽에 돌 몇 개로 숨겨 두는데 여긴 아닌 것 같다. 어디 쯤일까... 머글(지오캐싱을 모르는 사람)들이 지나가지 않는지 조심하면서 휘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것. 정말 멋진 캐시라고 감탄하며, 조심스럽게 필름 통을 꺼내 사인을 하고 다시 넣는다.
누구나 어릴 적 소풍을 가서 보물찾기를 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 걸로 기억한다. 선생님의 호각 소리에 뛰어 나간 나는 나뭇가지 뒤편에서 종이 쪽지를 찾아낼 때의 즐거움이 생생하다. 지오캐싱(Geocaching)은 이런 보물찾기 게임을 좀 더 현대적으로, 세계적으로 확대한 것이다. 지오캐싱이라는 말은 땅, 지리, 지도 등을 의미하는 지오(Geo)와 은닉한다는 뜻의 캐시(Cache)가 합쳐진 말이다. 좀 더 정확하게는 “GPS가 지원되는 기기를 사용하여 전 세계적으로 즐기고 있는 보물찾기 게임”으로, GPS 좌표를 사용하여 위치를 찾아간 후, 그 지점에 숨겨진 지오캐시(캐시통)을 찾는 게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지오캐시를 찾은 후에는 지오캐시 속에 들어있는 방명록(로그북)에 사인을 남기고, 온라인으로 찾았다는 기록을 올리면 된다. 마지막으로 방명록과 캐시통을 원래의 위치에 똑 같은 방법으로 숨겨주면 끝.
이제 지오캐싱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이 되었다. 예전에는 값비싼 GPS 장비가 반드시 필요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주변에 있는 지오캐시를 찾을 수 있게 되었고,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면 지오캐시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즉시 찾아볼 수 있고 실시간으로 기록까지 올릴 수 있다. 특히 등산, 자전거, 사진과 같은 야외활동과 함께 하면 즐거움이 배가된다.
서양에서는 오래전부터 지오캐싱과 비슷한 보물찾기 게임이 존재하였다. 소설 보물섬에서 나오는 보물지도도 좀 더 넓게 보면 보물찾기 게임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영국 남서부에 시작된 레터박싱(Letterboxing)이라는 게임도 그중의 하나이다. 레터박싱은 먼저 찾아간 사람이 봉인한 편지를 넣어두면, 다음에 찾아간 사람이 그 편지를 대신 부쳐주는 방식으로 시작된 게임이다. 현재는 통속에 방명록과 함께 손수 제작한 스탬프가 들어 있어, 자신이 가진 로그북에 스탬프를 찍고, 회원 자신을 대표하는 스탬프를 방명록에 찍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의 지오캐싱은 GPS 위성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 범지구 측위시스템)는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아 수신기의 위치를 정확하게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원래 GPS는 군용으로 개발되었는데, 1983년 KAL 기 폭발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레이건 대통령은 GPS를 항해나 항공 등 민간 목적으로도 개방하기로 결정하였다. 이후 1995년에 27개의 위성이 궤도에 올라섬으로써 완전 운영(fully operational) 상태가 되었으나, 민간용으로는 선택적 이용(Selective availability)이라는 기술을 사용하여 의도적으로 정확도를 100미터 수준으로 낮춰서 운영하였다. 하지만 민간분야에서의 GPS 응용이 많아짐에 따라, 클린턴 대통령에 의해 2000년 5월 2일 자정부터 선택적 이용이 해제됨으로써, 정밀도가 10미터 수준으로 향상되었다.
선택적 이용이 해제되었을 때, 이의 효과나 응용에 대해 친구들과 토론을 하던 컴퓨터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울머(David Ulmer)씨는 GPS를 보물찾기에 응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미쳤고, 그 바로 다음날 실행에 옮겼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지오캐시이다. 캐시 이름은 "Great American GPS Stash Hunt'이며, 위치는 오레곤 주 포틀랜드 인근에 있는 숲 속 (N 45° 17.460 W 122° 24.800) 이었다. 울머씨는 캐시를 설치한 후 이 사실을 인터넷으로 올렸고, 사흘 후에 두 명이 이 캐시를 찾았다. 몇 달 후 geocaching.com 이 설립됨으로써 본격적으로 지오캐싱이 시작되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현재, 전 세계에는 260만개의 지오캐시가 존재하며, 약 6백만 명의 지오캐셔(지오캐싱을 즐기는 사람)가 활동하고 있다. 현재 북한을 포함하여 2-3개의 나라를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에 숨겨져 있다. 동네 공원뿐만 아니라 높은 산, 바다 속, 심지어는 남극이나 국제우주정거장(ISS : 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도 존재한다.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된 지오캐시는 “International Space Station”(GC1BE91)으로서, 2010년 2월에 처음 설치된 이래, 지금까지 단 한명만 찾았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찾기 힘든 지오캐시일 듯하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약 7,000개 정도의 지오캐시가 숨겨져 있다. 지오캐셔는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지오캐싱에 관한 여러 가지 통계를 정리하고 있는 project-gc.com 에 따르면 대략 250명 정도로 파악된다. 이는 2014년에 한번이라도 지오캐시를 찾은 사람의 수를 말한다.
지오캐시의 크기는 다양하다. 마이크로, 소형, 표준, 대형으로 나누는데, 표준 크기는 탄약통이나 큰 도시락 통 정도이다. 소형은 작은 반찬통정도의 크기이고 마이크로는 필름통 크기 정도 혹은 더 작은 경우를 말한다. 지오캐시를 찾았다는 기준은 지오캐시에 들어 있는 방명록에 직접 사인한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작은 지오캐시라도 반드시 방명록(로그북)이 들어 있다. 소형 이상의 경우에는 기념품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 기념품은 대략 1달러 이하의 물건으로, 이것을 가져가는 사람은 가치가 비슷하거나 더 좋은 물건을 대신 넣어주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나라에는 표준 크기와 대형 크기의 지오캐시가 230개 정도로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편이다. 지오캐싱의 성격상 어린이들이 좋아한다는 점에서, 기념품이 많이 들어있는 지오캐시가 많지 않다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면이다.
지오캐시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올려진 좌표에 가면 물리적인 통이 있는 경우를 일반 캐시라고 한다. 가장 흔한 유형이다. 멀티캐시의 경우에는 올려진 좌표에 가서 다음 단계로 가는 단서(좌표)를 찾아내어, 다음 지점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물론 최종 좌표에는 물리적인 통이 존재한다. 미스터리/퍼즐 캐시는 캐시의 좌표가 감추어져 있다. 이 좌표는 캐시의 정보에 들어있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알아낼 수 있다. 사전에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인 측면과, 캐시를 찾을 때의 육체적 측면을 모두 겸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캐시라고 할 수 있다.
어스캐시(Earthcache)는 가장 교육적인 캐시이다. 주로 지질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에 설치되는데, 그 지형이나 지질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등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예 : 환선굴 GC2Z0Y2) 어스캐시는 물리적인 캐시통이 없다는 점도 독특하다. 반드시 해당 지점을 방문한 후, 캐시 설치자가 요구한 조건(예를 들면 사진)을 수행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캐시를 찾은 것으로 인정된다. 지오캐싱은 자연과 함께하는 레포츠이다. 그러한 점에서 자연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벤트)인 CITO(Cache In Trash Out)도 중요한 캐시이다. CITO는 말 그대로 캐시를 설치하거나 유지 보수하면서 쓰레기를 청소하는 활동을 의미하는데, 적어도 일 년에 한번 이상 지오캐셔들이 함께 모임을 갖고 자연 사랑의 의미를 되새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있는 약 7000개의 지오캐시 중 97% 정도가 일반 캐시이다. 멀티캐시와 미스터리 캐시까지 합하면 99.5%로서, 지오캐싱이 활발한 나라들에 비해서 다양성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의 경우, 총 100만개의 캐시 중에서 멀티캐시와 미스터리 캐시가 약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인근지역의 지오캐시>
지오캐싱을 위해서는 지도가 필수적이다. 아주 오래전, GPS용 지도가 없을 때에는 그냥 목적지를 향해 똑바로 가기도 했다고 한다. 깊은 산속이나 지형이 험한 경우에는 아주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GPS용 지도나 스마트폰용 지도가 잘 갖추어진 요즘에는 지도로 계획을 세우고 지오캐시를 찾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지오캐시는 사람이 잘 다니는 산책로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설치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오캐시를 설치할 때는 산책로를 따라 연달아 설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도를 보면서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디로 이동할 지를 충분히 계획 세워두고 출발하는 게 편하다.
지오캐싱에서 사용되는 지도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도는 구글지도이다. 지오캐싱이 전 세계적인 레포츠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일관성 있는 구글지도가 가장 편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전 세계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입력하는 오픈스트리트맵(Open Street Map)도 많이 사용된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지도가 오픈스트리트맵인데, 지역에 따라서는 구글지도보다 더 정확한 곳도 있다. 모든 것을 직접 조사해야 하는 상업용 지도에 비해, 인근 지역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직접 편집되므로 갱신 주기도 빠르고 내용도 정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지역의 경우 몇 년 전에 비해서는 많이 입력된 편이지만, 아직도 부정확하거나 입력이 되지 않은 내용도 꽤 많다. 네이버 지도나 다음 지도 등 국내에서 사용되는 지도가 잘 정비되어 있는 것도 한 가지 이유겠지만, 이것도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지오캐싱이 궁금하다는 분들에게 보물찾기의 일종이라고 설명해주면, 제일 먼저 무엇이 들어있냐고 물어본다. 보물이라니 무슨 황금이라도 들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까지 있다. 방명록만 들어 있다고 하면 대부분이 실망하고 돌아선다. 사실 내가 지오캐싱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운동 때문이다. 원래 운동을 지독하게 싫어하는 편인데 나이가 들어 점점 몸의 균형이 무너지니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오캐싱을 하고 있다. 요즘 주말에 지오캐싱을 나가면 최소 10km 많게는 20km 까지 걸으니, 운동으로는 꽤 쓸 만한 편이다. 외국의 경우 은퇴한 부모님을 위해 GPS를 선물했다는 이야기도 가끔 들을 수 있었다.
먼 곳으로 여행을 할 때 나의 여행기록을 남긴다는 의미도 있다. 내가 찾은 기록이 남아 있어서 다음에 언제라도 지오캐싱 기록을 찾다보면 그때 만났던 사람들, 내가 숨기거나 찾았던 캐시 등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여행과 지오캐싱을 함께 하면 가장 좋은 점은 여행 안내서에는 나오지 않는, 현지인만 아는 멋진 장소를 방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지오캐시에는 호감점수가 붙어 있어서, 호감점수가 높은 캐시를 위주로 찾다보면 생각하지도 못한 절경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된 지오캐싱 격언이 있다. "지오캐시를 숨기기 전에, 사람들이 정말로 좋아할 만한 장소인지 생각해 보라. 그 장소가 단지 지오캐시 때문이라면 더 좋은 곳을 찾아보라"
마지막으로 지오캐싱은 서로에 대한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캐시를 숨길 때는 찾아올 분들을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즐겁게 할 것인지를 생각해서, 캐시통을 멋지게 만들어 한번 쯤 더 방문하고 싶은 곳에 숨기는 게 중요하다. 캐시를 찾을 때에는 숨겨준 분께 감사하고, 다음에 찾을 분을 위해 숨긴 분의 의도에 따라 원래 그대로 숨겨 주는 것이 기본이다. 기념품을 가져갈 때에는 그와 비슷하거나 더 좋은 물건을 대신 넣어주는 것도 모르는 사람을 위한 배려이다. 어떠한 야외활동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지오캐싱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함께 즐기는 레포츠이기 때문에 더욱 더 배려가 중요하다. 자연을 사랑하고, 서로 배려하는 걸 배우면서 건강도 지킬 수 있는 지오캐싱이야말로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가 아닐까?
혹시라도 이글을 읽고 지오캐싱을 시작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먼저 geocaching.com 홈페이지(http://www.geocaching.com)을 방문하여 언어설정을 한글로 바꾼 뒤, 메뉴에서 “지오캐싱이란?” 부분을 한번 읽어보면 된다. 그냥 한국 지오캐싱 모임(http://www.geocaching.co.kr)을 방문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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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