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정보/측량

인공위성의 수명이 얼마길래... 안락사? 사고사?

하늘이푸른오늘 2008. 1. 11. 13:38
올해초부터 아리랑1호에 관한 불길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아리랑 1호와의 지상교신이 작년 30일을 마지막으로 두절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참고 : 메디칼투데이)

아리랑 1호는 중량 470㎏(높이 235㎝ x 너비 134㎝ x 길이 690㎝)의 국내 최초 지구관측용 다목적 실용위성으로서, 지난 1999년 12월 미국에서 발사되었습니다.

원래의 설계 수명은 3년이지만,
5년 이상 초과 운영중이었습니다. 아리랑 1호의 광학카메라(해상도 6m급)는 하루 2∼3회, 해양관측 카메라는 14∼15회가량 촬영을 하는 등 그동안 정상적인 가동상태를 보여 왔고 전력시스템도 양호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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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동아일보의 "아리랑 1호 오늘 ‘안락사’…임무 종료 공식발표할듯"에 따르면, "자연스러운 안락사가 아니라 실수 때문에 생긴 의료 사고나 마찬가지"로서, 2000억짜리 의료사고를 저지른 셈"이라고 말하는 분도 계시다고 합니다. "12월 30일 아리랑1호 자세를 조작하는 과정에서, 위성의 자세를 제어하는 컴퓨터에 잘못된 시간 정보가 입력됨으로써, 아리랑1호는 즉각 모든 기능을 정지하고 자신을 보호하는 안전모드로 전환했으며, 그 뒤로 통신이 두절"되었다는 것입니다.

지난 10여일간, 항우연에서는 아리랑1호와의 교신 재개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오늘중으로 임무종료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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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위성의 수명은 인공위성에 싣는 연료의 양으로 결정됩니다. 인공위성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목표한 궤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공기와의 마찰, 태양풍 등으로 인해 속도가 떨어지고, 이로 인해 궤도를 벗어나게 됩니다. 이를 보정하기 위해서는 엔진을 가동시켜 제 자리로 돌려야 하는 것이죠.

인공위성은 무선통신을 하거나, 사진을 촬영하는데는 연료를 소모하지 않습니다. 이런 기능들은 전기만으로 해결되므로, 태양전지로 충분히 가동됩니다. 즉, 궤도만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부품이 망가지지 않는 한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결국, 아리랑 1호의 설계수명이 3년이었다고 해도, 아직까지 연료가 남아 있었다면 수명이 남아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잘못된 정보가 입력됨으로써 발생한 통신두절은 "안락사"라기보다는 "사고사"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입니다.

인공위성에서 안락사라고 할 수 있으려면 강제로 수명을 종료시켜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인공위성의 연료가 별로 남지 않았을 경우 마지막 남은 연료를 사용해서 인도양 등을 향해 떨어뜨려 분해시킵니다. 우주를 떠돌게 되면 다른 위성과 부딪치는 등의 사고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죠.

드물지만 인공위성도 자연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77년에 발사된 보이저 1호, 2호는 명왕성을 넘어가면서 비록 지구와의 교신이 끊어져, 이제 지구에서 명령을 보낼 수도 없고, 아무런 정보도 받을 수 없는 상태니까 자연사라고 해야겠죠. 물론, 아직도 우주를 향해 날라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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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2006년 7월 28일 발사된 아리랑 2호의 고해상도 위성영상을 작년 12월 14일부터 국내에 보급하고 있으며, (참고 : 노컷뉴스) 12월 26일에는 아리랑 2호의 성공적 개발 및 발사에 공로가 큰 유공자들에 대한 포상이 이루어져 들뜬 분위기였을텐데, (참고 : 한경뉴스) 연말에 반갑지 않은 소식으로 여러가지 마음 고생이 심하셨을 것 같네요. 부디 힘내시고, 더 좋은 영상 만들어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민, 푸른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