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백과와 함께하는 그림 명작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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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정 화가 빈터할터: 유럽 왕실을 사로잡고도 시기를 받았던 비운의 거장

흰색의 화려한 궁정 드레스를 입고 어깨를 드러낸 여인이 몸을 약간 옆으로 돌린 채 고개만 관람객 쪽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길게 땋은 흑갈색 머리에는 작은 다이아몬드 별 모양 장식들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이 여인은 오스트리아 황후였던 엘리자베트입니다. 당시 띄어난 미인으로 유명했으며, 유럽 왕실 중에 허리가 가장 가늘었던(다이어트에 광적으로 집착하여 19인치 ~ 20인치를 계속 유지했다고 합니다) 것으로 알려졌고 시시(Sisi)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이 초상화는 프란츠 크사버 빈터할터가 그린 《오스트리아 엘리자베트 황후의 초상》입니다. 프란츠 크사버 빈터할터는 독일의 깡촌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23세가 되던 1828년부터 궁정 사회에 진출해서, 결국 프랑스 나폴레옹 3세의 수석 ..

라파엘 전파의 여류 화가: 마리 스파르탈리 스틸먼과 에블린 드 모건

노란색과 어두운 초록색이 지배적인 캔버스에 무표정한 미녀가 관람객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머리엔 화관, 가슴에는 꽃 한송이가 꽃혀 있고 오른손에는 유리 구슬을, 오른 손에는 꽃나무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좌우 근경으로 나무들이 있는 등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연상시킵니다.이 그림은 라파엘 전파 화가 중 가장 뛰어난 여류 화가라는 마리 스파르탈리 스틸먼의 《마돈나 피에트라 델리 스코로비니》라는 작품입니다. 제목은 "스크로베니가의 피에트라 부인"이라는 뜻으로 피에트라는 돌(Stone) 이라는 뜻입니다. 그림 뒷편에 초록색 바위들과 멀리 원경에 뾰족한 바위산이 있는 것이 그 때문입니다.이 그림을 그린 마리 스파르탈리 스틸먼은 모델 출신의 화가입니다. 아버지가 런던 주재 그리스 총영..

단테와 베아트리체를 그린: 헨리 홀리데이

아래는 단테 알리기에리와 베아트리체 포르티나리의 만남을 그린, 라파엘 전파 화가 헨리 홀리데이의 《단테와 베아드리체》입니다. 단테는 베이트리체를 단 두번 만났습니다. 첫번째는 단테가 9살 때의 일로, 단테보다 몇 달 어린 베아트리체를 만나 첫눈에 반했습니다. 두번째는 9년뒤인 18살 때로 우연히 길에서 마주쳐 인사를 나눴습니다. 이후 베아티르체가 24살이 되던 1290년에 베아트리체가 병에 걸려 죽었고, 단테는 "어떤 여성에 대해서도 쓰인 적이 없는" 시를 쓰겠다는 맹세를 했습니다. 그는 이전에 베아트리체를 찬양하며 썼던 다른 시들을 모아 《새로운 삶》(La Vita Nuova)이라는 책을 썼습니다.이 그림은 이 《새로운 삶》에 나오는 한 장면을 그렸습니다. 단테와 베아트리체는 이미 각각 정략결혼한 상태..

신화 속 여인을 사랑했던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

사자가 새겨져있는 높다란 보좌위에 백옥같은 나신이 훤히 비치는 푸른색 가운을 걸친 여성이 잔을 내밀고 있습니다. 고개를 쳐들고 깔보는 듯한 시선으로 요술봉을 들고 있는 모습이 위협적으로 보이네요. 그녀 뒤에 있는 커다란 거울 속에는 오디세우스(율리시스)와 그의 배가 비치고 있습니다. 이 여인은 호메루스가 쓴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마녀 키르케입니다. 그녀의 보좌 좌우로는 키르케가 오디세우스의 선원을 변신시킨 돼지가 보입니다. 이 그림은 오디세우스에게도 마법의 물약을 먹여 돼지로 변신시키려는 순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키르케의 발치에 있는 보라색 꽃들은 예로부터 왕권과 귀족, 그리고 주술적 신비함을 뜻하며, 오른쪽에 있는 향로의 연기는 이러한 분위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이 그림은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가 18..

라파엘 전파의 시작과 끝: 존 에버렛 밀레이

금빛으로 수놓아진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멍한 표정으로 물 위에 떠 있습니다. 왼손 주위엔 여러가지 꽃들이 떠다니고 있습니다. 쓰러진 나무의 뿌리, 흙 언덕, 여러가지 잡초와 들풀들... 캔버스 구석구석까지 세밀하게 그려져 있습니다.오필리아(Ophelia)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등장인물입니다. 햄릿과 서로 사랑하던 여인이죠. 하지만 햄릿이 실수로 오필리아의 아버지를 죽이게 되자 미쳐버렸고, 야생화 화환을 버드나무 가지에 달려다가 나무가 부러져 물에 빠져 죽은 비련의 주인공입니다. 이 그림은 바로 오필리아가 물에 빠져 가라앉으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장면입니다.《오필리아》는 존 에버렛 밀레이의 대표작이며, 라파엘 전파의 신조에 따라 밝은 색상을 사용하고 디테일에 심혈을 기울였으며 자..

친구의 아내를 사랑했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아름다운 여인이 석류를 들고 무표정하게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 여인은 겨울 동안은 지하 세계에서 살아야 하는 로마 신화의 여신 프로세르피나입니다. 프로세르피나는 유피테르(주피터, 제우스)와 케레스의 딸인데, 지하 세계의 신인 플루톤(플루토, 하데스)에게 납치되어 강제로 결혼했습니다. 이에 엄마인 케레스가 유피테르에게 지상으로 돌려보내달라고 간청하자, 지하세계에서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는 조건하에 승락했는데, 프로세르피나는 이미 석류 씨앗 6개를 먹었기 때문에 1년 중 6개월은 지하세계에 머물고 나머지 6개월은 지상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아래 그림은 로세티가 그린 프로세르피나 입니다. (아래로 너무 길어서 아래쪽을 일부 잘랐습니다.)이 그림의 모델은 제인 모리스였습니다. 단테이 게이브리얼 로세티..

윌리엄 홀먼 헌트

어스름한 황혼이 깔리는 황야에 빨간색 리본을 뿔에 감고 있는 누런 양 한마리가 서 있습니다. 자세히 쳐다보니 여기저기 짐승들의 뼈와 뿔이 보입니다. 둥근 달이 비치는 늪에는 말라죽은 나뭇가지도 보입니다. 멀리 보이는 산맥에는 초록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네요. 이곳은 사해 언저리에 있는 구약성경의 "소돔과 고모라"의 소돔입니다. 양의 발은 소금 밭에 반쯤 빠져들어 있습니다. 죽음의 바다라는 걸 정말 실감나게 그렸습니다.이 그림은 윌리엄 홀먼 헌트가 그린 《희생양》입니다. 권력자들이 사고를 친 뒤, 자신은 오리발 내밀고 적당한 책임자 한명 내세울 때의 바로 그 희생양이죠.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속죄일에 염소를 속죄의 제물로 삼아, 염소의 머리에 손을 얹고 모든 죄를 염소 머리에 씌운 뒤 광야로 내보냈습니다. 이..

노동을 그린 화가: 포드 매독스 브라운

그림 제목이 말 그대로 《노동》입니다. 이제까지 제가 나름 많은 명화들을 공부했지만, 노동자들을 주인공으로 묘사한 그림은 거의 처음인 것 같네요.... 아... 생각해보니 귀스타브 쿠르베의 《돌 깨는 사람들》나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마루 깍는 사람들》과 같은 사실주의 그림 중에도 노동을 묘사한 작품이 있네요. 하지만 이 그림은 현실을 그대로 담은 게 아니기 때문에 사실주의 그림이 아닙니다.그림이 정말 어지러워 보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그림에 꽉 차있어서, 누가 누군지 아니 몇 명이나 그려져 있는 건지도 파악하기 힘듧니다. 가운데는 도로에 구멍을 파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하수도 공사라고 합니다. 당시 콜레나 장티푸스같은 수인성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상하수도 공사가 많았다고 하네요. 그 앞..

인상주의를 넘어: 디트로이트 미술관 특별전 (1점)

어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인상주의를 넘어: 디트로이트 미술관 특별전》 (2026.05.28 ~ 08.23) 을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미술전시회네요. 더 자주 다니고 싶은데 현대 미술이 별로인 저로서는 그다지 선택권이 없습니다.사실 처음부터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개중에는 마음에 드는 작품도 있었습니다만, 아래에 보시는 것처럼 평가는 1점입니다. 제가 평가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최저점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시회 평가를 읽어보시면 됩니다.제일 좋았던 작품제가 제일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이 나왔습니다. 모리스 드니의 《라 데페슈 드 툴루즈》입니다. 번역하면 "툴루즈에서 온 속보" 정도 될 것 같은데, 툴루즈에 있는 신문사 라 데페슈를 위한 포스터로 의도된 작품이랍니다. 모리스는 에두아르 뷔야르, 폴 세뤼지..

액자 값보다 싼 그림: 로런스 알마타데마

로런스 알마타데마는 평생 그리스 로마 및 이집트 문화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아래는 그의 대표작인 《헬리오가발루스의 장미》입니다. 서기 3세기 초의 로마 황제 헬리오가발루스가 베푼 연회를 묘사합니다. 앞쪽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장미꽃잎 속에 파묻혀 있고, 뒤쪽에는 황제 일행이 이 광경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역사서 《히스토리아 아우구스타》에 따르면, 황제는 손님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다가, 회전식 천장을 뒤집어 속에 있는 제비꽃 등으로 파묻었다고 합니다. 위로 기어 올라갈 수 없었던 사람은 실제로 질식해 죽었고, 황제는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인간들을 유흥거리로 삼아, 높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포도주를 마시며 그 모습을 즐겼다고 합니다.이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황제는 로마 제국의 제23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