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백과와 함께하는 그림 명작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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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그리고 폭풍: 피에르 오귀스트 코트

햇빛이 반짝이는 숲 속에서 꽃 같은 남녀 한쌍이 그네를 타며 껴안고 있습니다. 여성의 반투명한 옷을 통해 설익은 몸매가 드러나게 비추고 있고, 바람이 불어오는지 스카프가 날리고 있습니다. 요정이 나올 듯한 숲 그리고 꽃과 나비의 묘사가 싱그럽네요. 피에르 오귀스트 코트의 《봄》입니다. 피에르 오귀스트 코트는 오늘날에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은 화가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유명했고, 특히 《봄》은 1873년 파리 살롱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작년말 올해 초 (2025.11.14~2026.3.15.)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특별전으로 개최된 〈인상주의에서 초기 모더니즘까지, 빛을 수집한 사람들〉에 전시되었습니다. 저는 작년 말에 다녀와 후기를 남겼습니다. 아마 조명 덕분이었겠지만, 왼쪽 위..

존 콜리어

백옥같은 흰 피부, 금발의 미녀가 구렁이를 몸에 감고 있습니다. 그녀는 어깨까지 올라온 뱀 머리에 기대어 미소를 짓고 있네요. 이 그림은 당대 초상화가로 유명했던 존 콜리어가 그린 《릴리트》로, 아담의 첫번째 부인이라는 릴리트를 묘사한 작품입니다. 물론 성경에는 나오지 않고, 메소포타미아 신화와 유대 신화에 등장하는 여성적 존재로, 아담의 첫 번째 아내이자 원초적인 여성 악마로 여겨지는 인물입니다.이 작품은 콜리어는 콜리어가 동료 화가이자 시인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1868년 시 《릴리트》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작품입니다. 아름다움이 무기였고 치명적인 매력을 가졌던, 이브 이전에 아담을 사랑했던 마녀로 묘사한 시였습니다. 이 작품은 관능적이고 풍만한 몸매의 나신을 우아하게 표현한 점과, 뱀의 사실적..

시대를 앞선 고독의 화가: 귀스타브 모로

저는 상징주의 그림들을 좋아합니다. 느껴보라고 강요하는 현대미술보다, 때로는 사실적으로 때로는 과장되게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고전주의 회화보다, 그 중간 어디쯤에서 이런 걸 생각해 보라는 식으로 툭 던져주는 상징주의가 제일 마음에 듭니다. 귀스타브 모로는 상징주의 화가중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상징주의적 다면성을 최고조로 끌어 올려놓았다"고 평가받는 분입니다. 그가 상징주의에 본격적으로 빠져들기 시작한 시점은 그가 제일 친하고 좋아했던 5살 많은 낭만주의 화가 테오도르 샤세리오가 겨우 3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해인 1856년 이후부터였습니다. 그도 당시 대부분의 화가처럼 에콜 데 보자르에서 아카데미즘 미술을 배우면서 그림을 배우기 시작했고, 외젠 들라크루아와 테오도르 샤세리오를 만나 낭만주의 그림을 ..

아르놀트 뵈클린

아르놀트 뵈클린의 《죽음의 섬》은 제가 미술 공부를 하도록 이끈 작품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예전에 쓴 "어떤 작품이 명화인가? 꼭 봐야 할 그림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그림은 제가 베를린 출장시 직접 봤던 그림인데도 기억을 못하다가, 그때 찍어둔 사진으로 확인한 그림입니다. 만약 제가 이 그림을 알고 갔더라면 그렇게 오랫동안 잊을 일이 없었겠죠.스산한 그림입니다. 어두운 물 건너편에 보이는 황량하고 바위 투성이의 작은 섬에 사이프러스 나무가 빽빽히 심어져 있고, 노 젓는 작은 배 한 척이 수문과 방조제에 막 도착하고 있습니다. 뱃머리에는 흰 가운을 온 몸에 두른 인물이 서있고, 그 앞에는 관으로 보이는 사각형 물체가 놓여 있습니다. 아르놀트 뵈클린은 《죽음의 섬》을 6가지 버전으로 그렸습니다. 인..

피에르 퓌뷔 드 샤반

이번엔 두번째로 상징주의 화가를 정리합니다. 조지 프레더릭 와츠에 이어 피에르 퓌뷔 드 샤반입니다. 이 분도 살아 생전에는 "프랑스를 위한 화가"로 칭송받았으나, 인상주의에 이어진 모더니즘 미술의 시류를 쫒아가지 못해 잊혀진 화가입니다.사실 상징주의 화가 중에서 아주 유명한 분은 거의 없습니다. 제일 유명한 분이 오딜롱 르동과 귀스타브 모로 정도죠.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지 않았던 분들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상징주의 회화들을 좋아합니다. 그냥 아름답다.... 또는 이런 걸 그렸구나... 싶게 뻔히 들여다 보이는 그림도 아니고, 이게 도대체 뭐야 싶은 (특히 현대 미술) 도 아닌, 뭔가 신비롭고 야릇하고 쳐다볼 수록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그림들이거든요. 그래서..

버락 오바마에게 영감을 준 영국의 상징주의자: 조지 프레더릭 와츠

조지 프레더릭 와츠는 생전에 아주 잘나가던 화가였지만, 사후 잊혀졌다가 다시 유명하게 된 화가입니다. 그나마 행복한 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때는 인기가 많았으나 말년에는 잊혀진(인기가 떨어진) 분들보다는 나을테니까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를 시기했던 비운의 작곡가 안토니오 살리에리처럼요(사실 영화 아마데우스는 과장된 내용이라는 게 정설입니다).와츠는 다재다능한 분이었습니다. 그림 뿐만 아니라 벽화도 많이 그렸고 조각 작품도 남겼습니다. 그림에서는 당시 거의 모든 화가가 그랬던 것처럼 역사화나 초상화 작품이 많습니다. 그가 초상화로 그렸던 분들 중에는 당시 거물급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와츠가 말년에 기사 작위도 받고 훈장도 받을 정도로 잘 나갔기 때문입니다.제가 영국 역사쪽은 잘 몰라서 AI ..

신인상주의의 핵심 멤버: 폴 시냐크

폴 시냐크는 원래 제가 정리하는 기준에 맞지 않는 분입니다. 제 기준은 위키백과에서 언어링크가 10개 이상인 작품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는 화가거든요. 아래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폴 시냐크의 작품중 가장 유명한 작품인 《작품 217. 펠릭스 페네옹의 초상》의 경우에도 언어링크 수는 5에 불과합니다. 그렇지만 폴 시냐크가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기때문에 작품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폴 시냐크는 원래 클로드 모네의 영향을 받아 인상주의 화가로 출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조르주 쇠라를 만나 점묘법, 분할주의에 대해 알게 되어 평생 신인상주의 스타일의 그림을 그린 화가입니다. 점묘법은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가 제일 유명하고 폴 시냐크는 상대적으로 조르주 쇠라의 명성에 가려져 ..

인상주의자에게 존경받은, 인상주의자의 대부 카미유 피사로

카미유 피사로는 정말 점잖은 선비같은 분입니다. 당시에는 많은 남성들이 외도를 하는 건 흔했고, 심지어는 사생아를 낳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히 화가들은 여성 모델과 사고를 치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카미유는 흔한 스캔들조차 없었습니다.무엇보다 인상주의 화가들, 예를 들어 에드가 드가, 폴 세잔, 폴 고갱,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 정말 까칠했던 화가들이 스승으로, 어른으로 모셨던 분입니다. 우측 사진을 보시면 지리산에서 몇십년동안 도를 닦으신 분 같이 보입니다. 실제로 카미유 피사로는 다른 인상주의자들보다 그다지 나이가 많지 않았음에도 스승, 혹은 선생님으로 불려지곤 했습니다. 드가와는 4살 차이, 세잔과는 9살 차이, 모네와는 10살 차이, 르누아르와는 11살 차이였죠.카미유 피사로는 당시 덴마크령이..

그림 자르기 달인 - 모더니즘의 아버지 : 에두아르 마네

에두아르 마네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분입니다. 물론 어떤 분을 한마디로 재단한다는 게 말이 안되긴 하지만요. 사실 저는 이 분을 싫어했었습니다. 인상주의를 만들다시피 한 장본인인데도 불구하고 인상주의 전시회에는 한번도 참가하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또한 에두아르 마네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풀밭 위의 점심식사》나 《올랭피아》가 미술학적으로 중요하다고 하는데, 제 눈에는 그다지... 별로... 라는 생각이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이 글을 쓰기 위해 마네에 대한 글을 좀 더 읽어보고, 작품들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나서야, 에두아르 마네를 왜 "모더니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지 약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에두아르 마네는 아주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가 판사였고 어머니는 스웨..

인상주의를 거부한 인상주의자: 발레리나의 화가 에드가 드가

에드가 드가는 전형적인 인상주의자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클로드 모네로 대표되는 인상주의자는 주로 빛의 효과를 포착하기 위해 야외에서 풍경화를 그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에드가 드가는 야외 사생을 기피하고 주로 실내 풍경을 그렸기 때문입니다. 또한 에드가 드가는 사실주의에 가장 관심이 많았고, 스스로도 사실주의자로 불리기를 원했던 화가입니다.드가도 당대의 다른 화가들처럼 신고전주의 - 낭만주의 - 사실주의에 이르는 전통적인 미술을 추구하였습니다. 아래는 당시 이탈리아에 살고있던 이모네 가족을 그린 가족 초상화인 《벨렐리 가족》입니다. 이 그림은 내용상 심리적으로 깊이가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은 찬사를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일반적인 가족 초상화와는 달리 오른쪽에 있는 이모부가 왼쪽과 완전히 단절되어 있고,..